예담叡潭의 詩와 일상/예담叡潭의 일상

2007.01.12 새벽 산책의 묘미

예담 최미화 2007. 1. 12. 21:41

2007.01.12 새벽 산책의 묘미

아이들 방학이 끝나면,
여유롭게 새벽 산책을 하려 해도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아이들 방에서 알람시계까지 가져다 놓고는
정해년 이튿날부터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너무 두터우면 안되니까
운동복을 입고 그 위에 가을 등산 잠바와 모자와 목도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장갑을 끼면 무장이 끝이다.
산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빠른 걸음이긴 하지만 열심히 걷다 보면,
겨울답지 않는 날씨여도 찬 바람이 귓볼과 볼을 빠알갛게 물들일 때면 '겨울은 겨울인 갑다...' 하고
속으로 그 생각을 삼킨다.

5분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을 거쳐서 횡단보도를 대 여섯 군데를 지나면
장산 입구에 있는 대천공원에 다다르게 된다.`

대천공원 옆의 호숫가를 한바퀴 돌고는
호수와 잇닿아 있는 장산 계곡의 끝줄기를 따라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운동 기구들이 있는 산자락 끝에서
솔향 가득히 마시는 산림욕까지 즐기면서 나는
숨쉬기 운동과 더불어 발판이 동그란 운동 기구 위에 올라가
허리돌리기를 100회 정도 하고는 스트레칭을 한다.
그 후에는
내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 가르쳐준 운동을 10회 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산림욕 즐기는 시간을 더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재래시장에 들렀다가
아침 준비해서 먹고 출근하려면 안 될 말씀.
하여, 서둘러 양 팔을 열심히 흔들며 되돌아올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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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새벽의 재래시장

 

최미화

 

 

 

아슴푸레한 빛 따라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손길 발길에는
福이
따라다닌다

 

희미한 불빛 아래
텃밭에서 갓 뽑아 온 야채를 부리고
일일이 다듬으시는
할머니의 거친 손에도
미더운 인정이 따사롭게 감돌고

 

시장 건물 칸칸이 켜진
동그란 등불 아래서도
손님 맞을 준비로 여념 없는
활기찬 모습에
내 가슴도 콩닥닥거린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시루떡 위로
경지정리한 듯
반듯하게 내어 놓은 길 위에도
호박죽 파는 아지매의 눈길 위에도
돈으로 살 수 없는
情과 福이
덤으로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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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에는 겨울초와 돈나물을 새콤달콤하게 무쳐서 먹고
어떤 날에는 싱싱한 미역나물이나 미역초절임.
어떤 날에는 동태찌개나 땡초가 들어간 콩나물국.
또 어떤 날에는 싱싱한 해물 넣은 된장찌개.
또 어떤 날에는 북어포를 넣은 시원한 미역국으로
즐거운 아침 식탁을 만난다.

이것도 단지
아이들 방학 때에만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일 테지?
바로 곁에 있어도
콩나물 살 때에만 들리던 재래시장이었는데
요즘은 산책길에 필히 들리게 되므로 매일매일 재래시장길을 밟는다.

걷기 운동도 하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신선한 재료로 갓 버무린 반찬들로
나의 삶도 요즘은 새콤달콤하기만 하다^^*